오렌지를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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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를 생각하라!

「싱크 오렌지」 레지조이너 지음 김희수 옮김 디모데 펴냄

교회가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많은 경우 첫째, 지금의 상황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지금의 사역이 주는 열매가 적다고 느껴질 때다. 그러나 또 많은 경우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첫째, 지금의 상황에 변화를 주기에는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고, 둘째, 앞으로 경험하게 될 새로운 열매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Think Orange-오렌지를 생각하라! 이 책은 새로운 사역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이 책의 모든 아이디어들과 생각들, 심지어 새롭게 보이고, 느껴지는 다양한 사역의 방법들은 이미 우리가 최소한 몇 가지씩은 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정리하고 연결해서, 전략적으로 생각하거나, 표현해 본적은 없다고 말한다.

‘오렌지를 생각하라!’ 는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정말로 오렌지(가정과 교회가 함께 다음 세대를 위한 전략적인 행동)를 생각하게 된다. 추천사를 쓴 이들 중에 크리스친 욘트 존스의 말처럼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내용이 아닌 이 책의 저자인 레지 조이너 목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느낌을 갖게 한다. 3년 전 한국에서 온 사역자들을 처음 만날 때 조금은 어색해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으로 하루를 꼬박 이야기를 나누었던 레지 조이너 목사의 음성이 그대로 담겨 있는 이 책 안에는 정말로 레지 조이너 목사의 열정이 가득 담겨 있다.
열정은 전략화될 때 열매가 된다.

다음 세대에 대한 열정은 전 세계에서 둘째라면 가장 서러워 할 사람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부모들일 것이다. 교육열에 대한 평가는 이 땅에 사는 우리 스스로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틈만 나면 “한국인들의 교육열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또한 신앙에 대한 열정 또한 한국 교회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선교사를 전 세계로 파송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열정은 개인의 신앙열정에 대한 강조와 열정적인 전도의 바탕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열정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 열매는 점점 찾아 보기가 어렵다. 특별히 언젠가부터 시작된 교회생활과 가정생활에 이중적인 세계관과 평가의 잣대가 슬며시 파고들어 학생들은 학교 공부와 좋은 성적, 궁극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야만 한다는 성공주의가 인생의 방향으로 정해졌고, 이와 더불어 교회에서도 시험 때만 되면 학부모들의 기도회가 왕성해져 간다. 자녀에 대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보기가 어렵고, 이젠 부모 자신의 꿈(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을 이루는 대리만족의 대상으로 자녀들의 인생에 집착하고 있다.

레지 조이너 목사는 “3장 따뜻한 마음”에서 이런 말을 한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거나,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무언가를 남겨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바로 그 무언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들이 하나님과 진정한 관계를 갖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관계의 가치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학창시절의 좋은 성적이 자기 자신과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인생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관계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크리스천 가정의 핵심 가치이자 우리 가정에 하나님이 자녀를 주신 이유를 생각해 볼 때에도 하나님과의 관계-이웃과의 관계-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순서대로 온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열정으로만 ‘어떠한 열매가 이루어지겠지’하는(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말처럼) 불분명한 생각과 삶의 자세는 결국 불분명한 삶의 부딪힘과 고난 속에서 크리스천 가정의 우선순위를 엉망으로 만들고 만다.
교회도 이러한 일그러진 열정의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매주 교회학교에서 헌신된 교사들과 전문사역자들이 신앙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생각보다, 기대하는 것보다 그 열매는 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을 매주 교회로 출석하게 하는 것, 그래서 숫자를 늘리는 것을 위한 프로그램과 행사들, 교회학교라는 방법으로 반 선생님을 정하고, 성경을 가르치고 있지만 아이들의 삶의 현장인 가정과 학교생활에서 얼마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지를 평가한다면 답을 내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일 년에 한두 차례 진행되는 수련회를 통해 뜨거운 영성(?)을 경험시킨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수련회 이후 2~3주간 효력을 나타내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 교회가 갖고 있는 다음 세대에 대한 열정도 관계의 가치로 정렬되지 않으면 열매가 형편없게 된다.
열정은 관계의 가치로 전략화 될 때 그 열매가 좋은 열매로, 분명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책의 제목처럼 오렌지를 생각하는 것은 바로 관계의 가치와 우선순위의 정렬, 그리고 분명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단계적 방법들을 전략이라는 용어를 통해 정렬하는 것이다. 앞부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을 읽는 신앙교육 현장의 사역들은 그동안 해 왔던 사역들이 얼마나 분산되고 연계성 없이 사역을 해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이러한 신앙교육의 목적을 분명하게 이룰 수 있는지 단계적인 전략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전략을 이루기 위해 교회와 가정이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지 구체적이고도 증명된 사역의 기술들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렌지를 맛보려면…

이 책의 가장 맛있는 부분은 256쪽부터 시작되는 네모 박스들(보충설명)이다. 혹 이 책을 손에 잡고는 있지만 시간이 바쁜 이들이라면 이 부분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마치 오렌지 주스의 농축액을 맛보는 듯한 보충설명 부분은 ‘보충설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오렌지 사역의 핵심들을 정리해 놓았다. 농축액은 반드시 물에 희석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이 ‘보충설명들’을 읽은 후 사역의 현장에 적용하려면 시간과 동역이라는 물을 반드시 첨가해야 할 것이다.

1장 오렌지론에서 왜 오렌지라고 이름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회를 노란색으로, 가정을 빨간색으로, 이 둘이 잘 블랜딩(blending) 된 색인 오렌지색은 자기 스스로 존재하는 색이 아닌 두 가지 색의 요소가 적절하게 섞여 또 다른 하나의 아름다운 색을 표현해 내고 있다. 2장은 밝은 빛으로 설명되는 교회의 진정한 빛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성막에서의 촛대를 통해 교회가 비추어야 할 대상은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임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교회가 학생들에게만 영향력을 끼쳤다면 이제부터는 가정에 영향력을 끼치도록 사역을 확장할 것을 권하고 있다. 3장은 다시 한 번 성경에서 가족의 모습을 찾아보고, 가정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신명기 6장의 말씀을 가지고 창의적 리듬을 만들어서 자녀들의 신앙에 영향력을 주는 것이 삶의 방법이자 가정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4장에서는 이제 가정과 교회가 각자 줄 수 있는 영향력보다 함께할 때 더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방향을 말하고 있다. 오렌지 전략을 세우기 위해 교회와 가정이 서로 더 많이 논의하고, ‘가정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과 가정과 함께 어떤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5장은 ‘스키플 족과 롬 족’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마치 이솝 우화 이야기와 같은 이 이야기는 우리 귀에는 익숙하지 않은 ‘스키풀’, ‘롬’ 이란 명칭 때문에 언뜻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렌지화 되어가는 두 족속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의 벽을 넘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함께하는 삶에 대한 방법을 전해주고 있다.
두 번째 파트인 6~10장까지의 내용은 앞 파트(1~5장)에서 이야기한 오렌지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오렌지 사역을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지침이다.

그것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전략을 통합하라(6장)를 통해서 이제까지 교회와 가정이 각각 하고 있는 사역의 방법들을 서로 함께 실행할 수 있고,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설명한다. 전략은 목표가 분명할 때 이루어진다. 명확한 목적은 신앙교육의 리더 모두를 동일한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다. 또한 교회가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정을 위한 전략적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부서가 독자적으로 사역하는 상황을 통합된 팀이 모든 부서를 돕고,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한다.

2. 메시지를 정제하라(7장)에서는 핵심 진리를 매력적이고, 현실에 적합하며,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만드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1)적게 말하라. 2)중요한 것을 말하라. 3)명확하게 말하라. 4)말하지 말라(경험하게 하라). 5)더 크게 말하라.

3. 가정을 재활성화시키라(8장)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영성을 형성하기 위한 도전과 구체적인 방법들을 설명한다. 부모들과의 동역의 관계를 4가지로 이해하고 각 위치에 있는 부모들을 다음 단계로 이끌 수 있는 영향력을 교회가 발휘하도록 도전하고 있다. 이것은 부모들을 교회의 통합된 전략에 참여시킨다는 아이디어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만큼 중요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가정이 일상에서 신앙의 삶을 실현하려 할 때, 매 주일은 그들의 새 출발을 돕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4. 공동체를 강화하라(9장)에는 모든 사람들을 그들을 돌보아주는 리더와, 일정한 동료 그룹과 연결시키도록 권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며,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한다. 진정한 공동체는 이 두 가지를 제공한다. 이 장에서는 영적 성장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5가지(삶을 변화시키는 진리, 영적 훈련, 개인 사역, 의미 있는 관계, 중추적 환경), 어린이와 십대들이 자기 고유의 신앙을 소유하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5가지 ‘믿음의 기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5.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라(10장)에서는 다음 세대들이 개인적인 사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회를 만들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믿음을 자극하는 최선의 방법 가운데 하나는, 개인적으로 사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긍휼을 느낄 때 누군가를 섬기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기 시작할 때 긍휼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하나님에 대한 역동적인 신앙(경이로움, Wonder)을 갖고, 그리스도 안에서 개인적인 정체성(발견, Discovery)을 확고히 해서 다른 사람들을 향한 관심(열정, Passion)을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지 조이너 목사의 결론은 이렇다. “교회와 가정의 가장 큰 소명은, 우리의 아들딸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계속 성숙한 관계를 맺도록 그들을 인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들이 그분의 회복과 구속의 이야기 속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오렌지 사역을 교회에 적용하기 위한 단계적인 방법 3가지
교회와 가정이 다음 세대를 위한 사역을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많은 교회와 부모들이 자녀들의 인생에 영향력을 주는 다양한 일들을 해왔고, 여전히 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했던 일들(사역들)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평가와 장기적인(우리 자녀들의 한평생) 계획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이루어 가려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진지한 고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음 세대의 현실은 이미 초등학교 학생 수가 20여 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20년 후의 교회의 출석 숫자가 자연적으로 절반으로 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그리고 하고 있는 신앙교육의 방법으로는 교회의 미래는 없다. 지금보다 더 전투적이고, 전략적이어야만 한다.

1. 평가해야 한다. - 우리 교회의 교육목회 철학이 성경적인 분명한 목표와 시대적 적용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 교회교육의 방법에서 교육 대상에 따른 표현과 영유아부에서 중고등부에 이르는 각 부서의 연계적인 사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

2. 이해해야 한다. - 특별히 담임목사님들의 선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장로님들과 부서를 책임 맡고 있는 부교역자(풀타임, 파트타임)도, 그리고 아이들을 매주 만나는 교사들과 아이들을 매주 교회학교에 보내는 부모님들까지 모두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왜 하려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일을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

3. 적용해야 한다. - 오렌지 사역은 교회와 가정이 함께하는 사역이다. 이 과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도회, 만남, 예배 스타일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커리큘럼(교재)에 대해서는 이미 좋은 교재들이 출판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교단 차원에서 교재가 새롭게 발간될 예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교재들을 당장 써야 될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중형 교회는 중형 교회대로 상황에 맡게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역을 적용하는 과정은 때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쉽게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목적을 분명히 안다면 지속적으로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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